중층적인 국제질서와 북한의 본질
경제와 정치·안보의 분야별 협력유형 잘 봐야..
 
칼럼니스트 박태우
▲북한 선전화  
중국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패권적 위상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중.러 양국의 합동군사훈련이 갖고 있는 의미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일방주의(unilateralism)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3년도에 미국이 전세계 총생산의 40%를 점유하고, 군사비 지출의 50%를 단독으로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시대(hegemony era)에 살고 있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환언하면 2003년도에 전세계 군사비 지출 총액 7,50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3,800억 달러를 미국이 단독으로 지출할 정도로 국제정세의 축(axis)이 미국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서 고속경제성장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이 군사적인 면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의 이면에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추구하는 보편적 민주주의의 확산(spread of universal democracy) 및 폭정의 종식(end of the tyranny)이 몰고 오고 있는 민주주의 여파가 중국의 공산당에게 까지 미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듣기로 지금 중국공산당의 당원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미국주도의 민주주의 물결의 확산으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정도이다. 
  
중국의 다자간.양자간 군사협력체제의 본격가동이 반미(反美)의 물결로 인식되는 주된 이유중의 하나가 미국의 대외정책의 영향으로 중앙아시아에 번지고 있는 시민봉기가 가져온 색깔혁명이 그 물결의 폭과 힘을 더해 감에 따라 정권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간접적으로 러시아 및 중국의 심장부에까지 전파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2002년도에 중국이 주도하여 창설한 다자군사협력채널인 상하이협력기구(SCO)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자흐스탄, 키리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을 회원국으로 하였고 지난 7월초에는 카자흐스탄에 모여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까지 요구하는 단합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질서가 더 공고화됨에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관계는 미일의 동맹체제 강화를 견제하는 주요한 지렛대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한.미.일체제가 미.일중심으로 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이러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核)은 용인하지 않으면서 독재체제인 김정일 정권의 존재를 지연시키는 이중전략을 쓰는 중요한 이유를 잘 알아야 한다.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북한체제의 급속한 붕괴는 기본적으로 막겠다는 속셈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군사동맹과의 대결구도에서 북한을 전락적인 지렛대로 계속 묶어두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국제무대의 외교의 장이 중층적.다극적으로 전개되는, 유연한 실용주의(flexible pragmatism)에 기반한 협력의 틀로 수시로 변화하고 있기에 냉전적 사고에 길들어진 경직된 개념으론 국가의 이익을 적절히 보호하고 확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합종연횡(合從連橫)의 틀을 잘 소화하고 도전들을 극복해내기 위해선 우리 안보의 기본토대인 한미동맹( 韓美同盟)을 더 결속하여 기본적인 안보의 지렛대로 삼고 그 바탕 위에서 민족문제도 그리고 주변국과의 경제통합의 문제도 더 유기적이고 실용적으로 풀 수가 있다는 생각이다.
 
중.러간의 군사 및 경제협력의 가속화가 한반도주변의 국제정세를 다극화(多極化)하는 촉진제(facilitator)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다극화가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탈미(脫美)의 촉진제가 되어서 중립적인 목소리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안정적인 협력구도 정착으로 가야 한다는 아무런 이유나 실익이 없기에 이렇게 귀결되긴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패권적 질서를 견제하는 주변강대국들의 연합을 실용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하지만, 북한이 민족공조를 강화하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주장하는 ‘외세배격 및 자주’를 통한 한반도문제 해결이라는 검증되지 않는 전술에 동화되어서 국익에 상충되는 안보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반도문제의 핵심적인 전략도 바로 미국이 보는 시각과 중국이 보는 북한정권의 본질에 대한 차이점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미국은 이미 9.11테러에서 자국민 3,025의 목숨을 잃은 이후 대외정책의 핵심을 과거의 예방적인 테러저지개념에서 이제는 테러의 사전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개념으로 대(對)테러전 수행의 틀을 확고히 하였다. 
 
2005년 5월 27일 미국의 해군사관학교졸업식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가 아닌 정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말로서 북한문제의 본질을 핵을 개발해서 테러단체에 팔을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투명성이 보장되고 있질 못한 북한정권의 독재성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핵은 그 정권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북한의 아킬레스 건이 된 것이다.
 
북한을 주권국가라고 인정해도 잘못된 정권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는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추진 할 것이다.
 
9.11테러가 나기 전인 1994년에는 핵무기의 비확산(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이라는 기본 개념을 기초로 북한의 핵 문제를 풀어갔지만, 현재 4차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2005년도 시점에서 미국정부의 기본기조는 테러리즘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한다는 차원에서 북한 정권의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정부의 냉정한 국제정세 인식 및 대비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북한의 부정적인 본질을 보고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는 미일동맹에서 다소 이탈하여 자주국방을 이유로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는 악수를 두는 것은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대단한 악수(惡手)를 두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선전선동의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잘 분석하고 대처하는 성숙된 우리사회의 민주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기사입력: 2005/08/22 [21:3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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