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하철에서도 모유 수유 하세요"
서울도시철도공사, 광화문 역 등에 수유실 마련
 
고영일 기자

"아기를 데리고 공공시설을 이용하고 싶어도 마음놓고 모유를 수유할 장소가 없어 늘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7월 첫째 아들을 출산한 주부 김보경 씨(28. 서울 광진구 화양동)는 이번 달 초 지하철 안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흐른다고 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6개월이 지난 아기와 모처럼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 안양의 친정 집으로 가던 도중에 지하철에서 내려야만 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비지, 아기는 울어대지, 마땅히 수유할 장소는 없지... 정말 당황되더군요. 어쩔 수 없어 지하철 안에서 모유 수유를 했는데, 정말 창피했어요. 곧바로 지하철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 수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지하철 안은 힘들더라도 역사 내에라도 모유 수유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혜정 씨(33.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도 비슷한 케이스. 강 씨는 "은행이나 터미널, 구청 등 공공기관에 모유를 먹일만한 공간이 하나도 없다"며 "말로만 모유가 좋다고 홍보하지 말고, 엄마들이 편안하게 모유를 수유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만한 이런 일이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하철 5∼8호선을 운행하고 있는 서울시 도시철도공사가 5호선 광화문역과 7호선 고속터미널역사에 각각 모유 수유실을 설치하기로 방침을 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시철도공사측은 "최근 엄마 젖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승하고, 많은 여성들이 모유 수유를 희망하고 있어도 사회적 공간과 여건이 매우 부족하다는 각계 단체의 요구를 수용, 지하철 2개 역사에 모유 수유실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모든 지하철 역사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설치되는 모유 수유실은 27일 광화문 역사에서 열리는 개소식을 기점으로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개소식에는 제타룡 도시철도공사 사장과 여성부, 보건복지부, 한국모유수유협회 등 관련 단체 임직원들이 참석한다.

그 동안 모유 수유를 적극 권장해 온 관련 단체들은 이와 관련, "앞으로 공공 수유공간이 확대될 경우, 엄마 젖을 먹이는 주부들도 늘어나고 2세의 건강수준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한편, 현재 모유 수유실이 설치돼 있는 공공기관은 ▲국회도서관 ▲보건복지부 ▲여성부 ▲삼성전자 ▲이랜드 주식회사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송파구청 ▲고속도로 안성 휴게소 등 8개소이며,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 등도 수유실이 마련되어 있다.

기사입력: 2004/01/2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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