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천원을 드렸어야 했는데"
 
송인웅 기자

어제 유성에서 인터뷰 취재를 마치고 버스를 타러 유성의 충남대학교 학생들이 많아 번화가가 된 궁동의 한빛아파트에서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빠른 걸음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거의 정류장에 다와 갈 무렵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껌 한통만 팔아주세요."라는 애절한 목소리가 저의 귀에 들렸습니다. 소리가 난 곳을 홀깃 보니 정류장 옆의 약국 입구 옆에서 한 백발의 할머니가 껌을 팔고 있는 것 이었습니다.

몸이 깡마르고 머리는 백발이고 등은 굽었고, 나이는 70은 넘어 보이는 쪼그랑 할머니가 추운 날씨에 지나가는 학생들과 행인들에게 껌을 팔기위해 쪼그리고 앉아서 손님을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당시 저의 지갑에는 만원 자리 두장이 있었고 이는 비상금으로 저도 넉넉하지 못 하기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돈입니다.

그리고 주머니에는 천 원짜리 두장과 백 원짜리 동전 3개와 50원짜리 동전 하나가 있었습니다. 제가 타고 가야할 버스비는 700원입니다. 할머니 옆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저의 마음은 갈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의 거리는 10미터도 안됩니다. 계속하여 할머니는 지나가는 학생과 행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껌 한통 팔아주세요"를 애절하게 소리치고 계셨습니다.

"돈 천원을 할머니에게 드릴 것인가? 돈 천원을 드리고 나면 비상금 2만원을 제외한 1,350원이 남게 된다. 아니면 잔돈인 350원을 드릴 것인가?"

그러나, 할머니가 계신 곳까지 돈 1천원이나 350원을 주러 가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워 가지를 못했습니다. 큰돈을 주지도 못하면서 많은 분들이 보는데서 단돈 천원 또는 350원을 주러 가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자기도 없는 놈이 난 척한다."고 주위 사람들이 수군 댈까바 한손을 주머니에 넣고 천 원짜리와 350원 동전을 만지작거리면서 갈등을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에서는 저 스스로를 욕을 합니다.

"쥐뿔 나게 없는 놈이, 네가 돈 천원 베푼다고 누가 알아 주냐? 돈 천원이 저 할머니에게 큰 도움이 되겠느냐?"하는 마음의 갈등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할머니가 일어나셔서 한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한손에는 껌 통을 들고 저의 앞으로 오시는 것 입니다.

순간 저는 당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선택을 해야 했고, 순간적으로 할머니에게 350원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타야 할 버스는 왔습니다. 저 자신이 부끄러워 뛰어가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속에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고 앉아 저 스스로에게 욕을 합니다. "너는 천원을 주었어야 했어! 350원이 뭐냐?"는 저의 행동에 대한 자책입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우리나라가 1만 불 시대를 사는 선진국이라면서 저런 할머니가 거리에 나오게 하는 거야?" "저 할머니는 가족도 없나? 그렇다면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버스를 터고 오면서 저의 마음은 내내 무거웠습니다.

지금도 추운 날씨에 할머니의 쪼그라진 모습이 오버 랩 되어 옵니다. 아직도 제주머니에는 천 원짜리 한 장과 버스타고 남은 거스름돈 백 원짜리 동전 3개가 있습니다.
기사입력: 2004/01/0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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