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반성하는 엄마
좋은 부모라기보다 그들을 이해 할 줄 아는 부모로...
 
최양현 기자

오후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모처럼 쉬는 토요일이지만 아침부터 기분을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아침 기분이 연속이 되어버린 하루...

따르릉~~~ 띵가 띵가....일어나세요....별의 별 알람소리가 새벽녘 잠을 깨운다. 예전의 탁상시계가 아닌....60화음의 핸드폰 알람소리는 맑으면서도 소리가 쨍쨍하다.

한곳에서 울리면 조금후 이어지는 안방 건너방 거실...4개의 핸폰이 울려댄다. 오늘은 유난히도 이르다 싶어 눈을 떠보니 5시 30분에 울리기 시작이다.

새해아침에 해놓은것을 모두 바꾸어 놓지 않았나보다. 한곳에서 울리기 시작하면 4식구중에 나만 일어나서 하나씩 꺼대면서 잠을 깨야 한다. 최종적으로 식구들 깨우는 책임은 나한테 있으니...

헌데 오늘은 유난히도 피곤했는지 벨아 울려라~~~ 알면서도 몸이 일어나지지않았고 급기야는 코골던 남편이 일어나서 하나 하나 핸폰을 열었다 닫았다하면서 투덜대며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아뿔사~~~~ 잠깐 잊은듯 싶었는데 눈을 떠보니 8시 20분... 큰아들이 7시50분에는 나가야하는데... 방학이어도 특기적성이라고 아침부터 나가는데 그만 깨우지를 못했다.

갑자기 소리소리 지르고... 아들이 못일어난것이 아들탓인양 서둘러서 빨리 택시를 타고 가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아들은 지금가면 늦어요. 어찌할바를 모른다.

그때 남편이 나와 "너는 밤새도록 컴퓨터하더니 그모양이니. 어젯밤 새벽2시까지 텔레비젼이 켜 있던데... 그래서 되냐 앞으로는 컴퓨터와 텔레비젼 모두 없애버린다" 는둥 잘 있다가도 한번 실수를 하면 예전에 그냥먹은 오물을 토해내듯 어디서 그렇게 많은 잔소리가 나오는지. 남편이나 나...

그렇게 보내고 나서보니 아들이 핸드폰도 가져가지를 않았다. 오후가되니 아들친구들 몇명이 전화가 왔다. 그 친구들한테 아들 걱정을 하며 연락되면집으로 전화 한 번하게 해주어라 부탁했다.

그렇게 아들을 보내놓고 아침때가 되니 나는 식탁에 앉아 혼자서 끼를 때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후 2시~~ 아들이 첫개강수업을 받는날인데 학원을 오지않았다고 한다.

이런... 답답한 일이다 아들한테 연락할 길도 없고 학원까지 빼먹는 그런 아이도 아닌데... 오후 3시~~ 갑자기 잠자던 강아지가 설친다. 누가 온듯...

아들이 씩씩대며 문을 연다. 학원위치를 못찾아서 다시 돌아왔다고~~(학원이 처음문을여는것이라 인근사람들도 잘몰랐던 상황)

아침에 만원준것은 버스표 충전하고 수중에 공중전화한통할 돈이 없었단다. 내가 소리소리 질렀다. 아무렇게라도 전화한통화 할수있는 융통도 없느냐.

학원근처라고 가서 찾아봐야지... 초행길에 지하철 4군데를 지나 어디에서 찾느냐. 아침에 엄마 아빠한테 잔소리듣다 핸드폰도 지갑도 모두 놓고 나가게 되었다고 소리를 버럭질러댄다.

그렇게 순하던 아들이~~~ 아침부터 재수없더니 하루종일 재수없다고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고3의 시작인가...

아들이 다시 학원을 향해 나가고 나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언젠가 어렸을적에 친정아버님께서 아침부터 여자가 시끄러우면 나가서 재수없다고 하시던 말씀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당시 나는 늘 아버지 출근길에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인사만 하던... 그때 말고는 이렇게 큰소리를 들어본적이 없었다. 어떻게 내기분을 삭혀야할지...감당할수 없었다.

시간이조금 지난 후 나에게 잘못이 컸음을... 학원찾느라고 헤매다온 아들한테 고생많았구나. 아침에 허둥대다 그렇게 됐구나. 어서 챙겨서 다시 다녀와라.

이 한마디만 했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아들과 내가 깊은 골을 만들지는 않았을텐데... 한번 뱉어버린 말들은 상처로 남아 다른일까지 지장을 준다는것을 알면서도 감정에 일순간 쏟아버린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찜찜한 기분으로 수업을 듣고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나이를 더먹고 생각이 더 깊은 부모로써 내 감정만을 앞세우고 처음의 원인을 생각하지 않았던 내모습이 부끄러워졌다.

흔히 아이들에게는 눈앞에 보이는 잘못만을 가지고 야단을 치게된다. 그것의 원인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올한해동안은 아들과 아무래도 갈등이 많을때 일거 같다. 이글을 쓰면서 반성하는 엄마로써 한해를 지내고 싶다. 아들에게 강요하기보다 나를 반성하므로 서로를 이해하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올해는 큰아들은 고3... 작은아들은 멀리 기숙사생활로 자식들 보내야 한다. 다른해 보다 더 뜻깊은 해로보내고 싶다. 좋은 부모라기보다 그들을 이해 할 줄 아는 부모로...
기사입력: 2004/01/0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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