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오늘부터 야당인가
개헌안을 둘러싸고 제 2의 분당사태 위기
 
변희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열린우리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어제 당 지도부와의 만찬은 그야말로 침울과 우울 그 자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집권 탈당의 역사는 92년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대통령이 민자당을 탈당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대선 직전에 탈당했고, 노대통령 역시 이들의 뒤를 이었다.
 
집권당의 대통령이 탈당하는 데는 정권의 실정이 차기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97년 신한국당의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는 IMF 환란 책임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이 탈당하자, “우리는 여당이 아니다”라는 말로 회피한 것은 대통령 탈당의 매커니즘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미 분당이 된 여당의 현실, 그 어떤 여당 후보의 지지율도 5%를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노대통령의 존재는 여권의 차기 선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 측에서는 기획탈당이라 맹비난을 하고 있다. 더구나 노대통령은 이미 당선 직후 민주당을 탈당했으므로, 헌정 사상 최초로 여당을 두 번 탈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번의 노대통령의 탈당은 지난 세 번의 전임 대통령의 탈당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우선 범여권 진영이 한 세력으로 모여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하나만 탈당했다. 제 세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반면 현재의 열린우리당은 이미 의원 30여명이 일찌감치 탈당하여 분당이 된 상태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역시, 정파와 노선에 따라 언제든지 제 갈길을 갈 수도 있다. 여당의 구심점은 극격히 해체되며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예측이 불허하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개헌안을 노대통령이 밀어붙였을 때, 과연 이제 형식적인 야당이 되어버린 열린우리당이 일를 어떻게 대체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개헌안을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의 탈당은 그야말로 위장이나 기획탈당인 셈이 된다.
 
문제는 현재의 노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개헌카드에 대해, 당 내의 안개모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토를 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은 또 다시 분열된다.
 
범여권 통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통합 방식과, 열린우리당 다수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열린우리당의 적극적 통합파들의 목적은 형식적인 대통령의 탈당이 아니라, 대통령과 완전히 선을 그어, 당 내에서 노무현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대통령 역시 이를 의식해서인지 “당이 나를 공격하면 대응하겠다”는 말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또 다시 분열이 된다면, 노대통령,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이광재, 안희정 등 측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노무현 신당 창당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열린우리당 내의 반 노무현세력이 일제히 탈당하면서, 열린우리당 자체가 친노당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총선 전의 열린우리당처럼 40여석의 미니 여당이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장 오늘부터 여당인지 야당인지 정체성 논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신당을 창당해서 정권을 창출하게 되면 그것이 정권교체인지 승계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기 쉽지 않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편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과 정도 이전에, 이미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그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사치이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빅뉴스]
기사입력: 2007/02/24 [09:2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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