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훔치는 만능키 `딸키제조법 인터넷 확산
돌이나 줄로 갈아 열쇠의 이를 없앤 뒤 오토바이 키 함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돌려 시동을 거는 식으로
 
편집부
열쇠 하나로 각종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 수 있는 비법이 인터넷에서 유포되면서 청소년들의 오토바이 절도 행각이 성행하고 있다.

딸키로 불리는 만능키는 돌이나 줄로 갈아 열쇠의 이를 없앤 뒤 오토바이 키 함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돌려 시동을 거는 식으로 사용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만능키의 제조 및 사용법을 묻는 청소년들의 질문과 응답이 무수히 많이 올라와 있다. 비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글이 쉽게 눈에 띄고 소년원에 가고 싶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말라는 충고도 이따금 등장한다.

아이디 userinto라는 청소년 네티즌은 "딸키로 그냥 시동이 걸리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많이 따봤다"며 "한 번 빠져들면 그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딸키를 통한 오토바이 절도 행각이 이처럼 확산하자 소비자들과 오토바이 점포 업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걱정하고 있으나 제조업체들은 아예 만능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원이 17만명인 인터넷 카페 바이크메니아의 운영자 이완수씨는 "만능키가 실제로 있고 바이크족 사이에선 잘 알려져 있다"며 "최근 정체불명의 중국산 저가 오토바이들이 들어오면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열쇠 하나로 같은 회사에서 생산된 다른 종류의 모델도 열 수 있다"며 "오토바이센터에서 일하는 10대들에게서 얘기가 흘러나와 이미 오래 전에 일반에 알려졌지만 저가형 오토바이로 수익을 내려면 키를 고가형 만큼 정밀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피해가 계속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 모 오토바이센터 사장은 "모든 오토바이가 다 시동이 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로 만능키라는 용어는 옳지 않다. 하지만 만능키가 주로 오래된 오토바이들에 잘 통하지만 새 오토바이의 시동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능키를 이용해 남의 오토바이를 훔쳤다가 적발돼 이달 12일 입건된 사례가 나왔다. 서울 서부경찰서에 입건된 김모(16.중3)군은 "평소 갖고 다니던 만능키를 꽂았더니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려 그대로 타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김군은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쇠 하나로 배달용 오토바이 여러 대를 시동거는 것에 착안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 오토바이 절도 사건의 대다수는 이른바 딸키를 이용한것이다. 청소년들 중에도 비법을 잘 아는 기술자가 있는데 이들에게서 비법을 전수받은 학생들은 돈은 없고 오토바이는 갖고 싶은 마음에 쉽게 유혹에 빠진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다.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달리 외부에 잠금장치가 나와 있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장치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군이 훔친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한 키로 다른 오토바이를 열 수 있는 확률은 수천 분의 일 수준이다. 우연한 일치로 맞을 수는 있겠지만 연식이 오래 됐다고 해도 쉽게 다른 키로 열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업체 B사 관계자도 "오토바이 키는 자동차 키와 같아 조합이 맞아야 시동이 걸린다"며 "한 키로 다른 오토바이 시동을 걸 확률은 몇 만 대 일이며 이와 관련한 고객 불만이나 문제는 아직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사입력: 2007/02/18 [15:5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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