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가 큰 관심을 부른다
[스토브리그 엿보기] SK 코칭스태프의 등번호
 
고동현 기자
38번, 22번, 00번.

이 숫자는 무엇을 나타내고 있을까. 다름아닌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코칭스태프 등번호 중 일부다. 38번은 김성근 감독, 22번은 이만수 수석코치, 00번은 김경기 타격코치의 등번호다.

등번호 하나로 팬과 언론의 큰 관심 불러일으켜

▲10월 30일 열린 취임식에서 자신의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는 이만수 신임 SK수석코치(가운데). 등번호가 자신의 현역시절 달았던 22번이다.     © SK 와이번스

 
SK는 올시즌이 종료되자마자 스포테인먼트를 모토로 삼고 여러가지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스포테인먼트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김성근 감독의 취임식을 인천광역시청에서 하면서 이를 홈페이지에서 생중계하기도 하는 등 곳곳에서 팬과 함께하는 야구를 펼쳐나가고 있다.

그리고 스포테인먼트는 등번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국내야구에서 감독이나 코치들의 등번호는 70번대 이후가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자리대 등번호를 갖고있는 감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야말로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SK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코칭스태프에게도 앞자리 등번호를 배정했다. 그 선봉장에 있던 인물은 김성근 감독.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등번호로 삼팔광땡인 38번을 선택했으며, 이 번호는 1977년 김성근 감독이 충암고 시절 봉황대기에서 우승할 때 달고있던 번호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의 등번호가 현역 시절 번호보다는 광땡의 의미가 더 크다면 이만수 수석코치와 김경기 타격코치의 등번호는 현역시절 등번호의 의미가 더욱 크다. 이만수 코치와 김경기 코치는 현역시절 대구와 인천을 대표하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이만수 코치의 등번호 22번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동하며 달던 번호이며, 김경기 코치의 등번호인 00번은 김경기 코치가 1990년 태평양부터 2001년 SK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달던 그만의 독특한 등번호였다.

상황이 이렇자 팬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흔히 팬들이 유니폼을 구입할 때는 선수들의 유니폼을 사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지만 두 명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코치가 현역 시절 등번호를 달자 벌써부터 홈페이지에서 유니폼 구입 문의가 이뤄지고 있다.

비록 등번호의 번호대를 아래로 내린 작은 변화지만 이는 구단과 팬, 양측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황을 가져오고 있다. SK로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모토인 스포테인먼트 실천과 함께 코칭스태프 마케팅까지 펼쳐나가고 있다. 팬들 역시 예전 자신들의 영웅이었던 선수가 코치가 돼서도 달고있는 선수시절 등번호를 보며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직까지 스포츠마케팅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이번 일은 작은 변화라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기사입력: 2006/11/06 [10:5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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