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6.5 재보선과 "김혁규 총리"의 향방
"김혁규 카드" 어떻게 될까
 
e-조은뉴스

6.5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는 참패를 당함에 따라 노무현대통령이 "김혁규 총리"카드를 예정대로 밀어붙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앞서 노대통령은 우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6.5 재보선이후 총리후보를 지명하겠으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김혁규 총리카드에 대한 반발을 강도높게 비난, 김의원을 총리후보로 지명할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우리당 일각에선 이번 재보선에서 "김혁규 카드"를 내세운 게 참패의 한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당-청간 갈등기류가 조금씩 표면화 되면서 "김혁규 반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당의 이번 재보선 참패는 노대통령의 김혁규 카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번 경남지사 보선은 김의원 자신이 사퇴해 치른 선거였고, 김의원은 우리당 후보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노대통령의 기질상 김의원을 총리후보로 지명해 반대론과 정면대결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야당의 반발은 물론이고 여당내에서도 이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거여 견제세력"으로서의 입지가 확고해진 한나라당에서 기존의 반대론에다 민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논리를 추가해 보다 큰 목소리를 낼 것이 분명해 청와대로선 이래저래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김의원은 어떻게 노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 것일까. 먼저 신분에 대한 동병상련이다. 노대통령이 취임한 후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동병상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가난한 집에서 상고를 나온 대통령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민주당 경남도지부장 시절부터 두 사람은 서로를 알고 있었지만 정서적 유대는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김 전지사는 이따금 "노대통령도 상고 출신이라 마음고생이 있겠다. 대학(부산대 법대)을 나온 나에게도 가방장사라고 비아냥대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노대통령과 김의원은 고향정서도 공유하고 있다. 193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그는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김해 진영읍으로 이사해 한얼고교에서 2년을 보냈다. 46년생인 노대통령은 읍내에서 10여리 떨어진 봉하마을에 살면서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다. 김의원은 고교 2년때 부산 동성고로 전학했다. 진영읍은 노대통령의 의식속에 깊이 새겨져있다. 노무현 "헝그리정신"의 대부분은 진영이다. 그곳에서 사춘기를 보낸 김의원의 고향정서도 각별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발전을 아는 이들은 흔히 "3인의 중매쟁이"를 꼽는다. 김해상공회의소와 태광실업 회장인 P회장은 밀양출신으로 노대통령과 김의원 두 사람 모두 친하다. 그는 노대통령 후원인중 1인으로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에게 대선전에 5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Y회장은 노대통령의 진영중학교 선배이며 김의원과는 부산대 입학동기다. 그는 창원에서 사업을 하면서 "도지사 김혁규"의 가장 친한 조언자였다. 고향이 창녕인 K 전의원은 2002년 천정배의원에 앞서 당료 출신으로는 가장 먼저 노무현 지지를 선언한 핵심 노무현파. 그는 민주당 경남도지부장을 맡으면서 당시 김혁규지사와 가까워졌다.
김의원은 이처럼 정서공유라는 터널을 통해 노대통령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는 지금 비판자들로부터 "배신자" "권력을 쫓아간 기회주의자"라는 원성을 듣고 있다.
이런 원성을 차치하고라도 "김혁규 총리" 논란의 핵심은 그가 과연 총리감이냐는 것이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서 지휘-감독할 만한 그릇이 되는지, 대통령의 명을 받고 보좌하되 총리에게 주어진 권한만큼은 제대로 지켜낼 뚝심은 있는지, 나라살림을 꾸려갈 식견과 능력은 갖추었는 지 등을 따져봐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논란은 그게 아니다. "철새" "배신자론"에다 "비개혁적이고 여당의 정체성에 부적합한 인물" 등을 내세운 반대와 성공한 전문경인 출신으로 관선 민선 합쳐 10년 넘게 도지사를 했으니 총리자격이 충분하지 않느냐는 식의 찬성이 고작이다. 결국 이런 논란 때문에 우리당 일부에선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혁규 카드는 강행될 것 같다. 노대통령은 "상대방에게 양보받기 위해, 공격하기 위해 상생을 내세우면 실패한다"며 물러설 것 같지 않다.
이런 마당에 인사청문회를 열어봐야 감정싸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남는 것은 표대결인데 문제는 여당에서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가 나서서 겁을 준다고 해서 우리당의 "당찬 초선"들이 거수기 노릇을 해줄지도 의문이다.만약 표결에서 지면 김의원의 정치생명은 물론이고 노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다.
김의원도 그걸 잘 안다. 그는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기사입력: 2004/06/0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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