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눈 눈 눈, 하늘이 뻥 뚫렸다
지난 4일 부터 22일까지 18일간 폭설, 호남 지역 망연자실
 
유명조 기자

▲ 폭설에 갇힌 마을/KBS 항공 1호기 촬영 캡쳐 

 
18일 동안 호남 서해안 지방에 쏟아진 눈은 첫눈이 내린 4일 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번 폭설과 관련된 피해상황과 대책을 종합해 보려고 한다.

지난 4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21일 호남지역인 정읍에 21일 55cm의 사상최고 대형폭설이 내린 것을 포함해 누적기록이 1m56cm를 넘었다. 22일 휴교한 학교만 호남지역에 1,196개교에 이르렀다.

이번 폭설은 기록관측 사상 최고로 지난 4일 첫눈에 기록이 세워지면서 각종 피해를 입히던 폭설이 17일 만에 또 다시 기록을 갈아 치워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 조립식 건물 지붕이 무너지고, 제주와 광주 공항에 아예 폐쇄되는 등 폭설로 인해 호남전체가 대혼란에 빠져있다.

부안은 한시간만에 20cm의 초대형 폭설이 쏟아져 도로가 완전마비를 보였는가 하면, 학교는 학생들이 교실 밖을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번 호남지역의 폭설로 일부 학교는 22일 조기방학을 실시하고 학생들을 귀가 시켰다.

호남고속도로의 전면통제로 KBS 본사 취재진을 구성해 호남지역으로 이동하던 SMG 위성중계 차량이 21일 밤 9시 현재 호남고속도로 논산 나들목에 묶어 이동을 못하고 이 곳에서 중계차로 연결 피해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호남지역의 대형폭설은 시베리아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서해안 바닷가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눈구름이 만들어져 부안, 정읍, 광주 등 호남지역에 폭설이 내렸다고 기상청이 전망했다.

실제 4일 파악한 전북지역 피해액만 400억원이 넘었고, 호남지역 피해액은 22일 현재 2,200억원이 넘어섰다.

폭설에 고립된 운전자들을 위해 정읍 백양산 휴게소는 이들의 휴식처로 장소를 내주고, 따뜻한 오뎅 국물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또, 주유소 직원들은 기름통을 2개씩 들고 고속도로를 헤매고 다니면서 차량에 기름을 주입하는 등 봉사가 이뤄졌다. 물론, 돈을 받을 틈이 없어 기름조차 무상으로 제공했다. 또한 휴게소 직원들은 비상용으로 비치한 라면 30박스를 내놓고 이들에게 제공하는 등 아름다움을 실천했다.

광주에서 건물 44곳과 비닐하우스 13곳(1.58㏊),전남에서 건물과 축사등 10여곳 등이 붕괴됐다.

제주도에는 한 고등학교 철골 건물이 무너져 임시 휴교령을 내렸고, 상황을 보면서 조기장학도 검토하고 있다. 또, 제주도 해안가 척축이 강한 바람에 의해 무너지기도 했다.

폭설로 3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아침 전남 장성에서 김아무개(68)씨가 눈길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시 서구 마륵동에서 최아무개(40)씨가 자신의 집 근처에서 동사했다. 이에 앞서 전날 전북 부안에선 폭설 복구작업을 하던 40대 공무원이 비닐하우스에 깔려 숨졌다.

전북 고창군 주민 207명은 이날 새벽 지붕 붕괴를 우려해 마을회관 등지로 긴급 대피했으며, 산간 외딴곳에서 홀로 사는 노인 296명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광주전자 공장은 직원 출근과 부품 조달이 막히자 22일 하루 에어컨과 세탁기 등 백색가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대우일렉 광주공장도 수출용 컨테이너가 들어오지 못해 지난 21일 오후 4시30분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라세티와 레조를 생산하는 지엠 대우 군산공장도 교대근무 직원들이 제때 출근을 하지 못해 22일 아침까지 10시간 동안 라인을 세워 500여대분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수출차량 700여대도 항구로 가지 못했다.

21일 전북 고창군 대산면 춘산리 정아무개씨의 소 축사가 무너져 젖소 7마리가 죽었으며, 정읍시 태인면 고천리 에서도 소 축사 1개동 40여 평이 부서지며 소 1마리가 죽었다.

정읍시 감곡면에서는 이아무개(55)씨의 소 축사 200여 평이 무너졌고 덕천면 일대에서도 축사 500여 평이 붕괴됐다.

이 밖에 정읍시 과교동 삼산마을 도아무개씨의 비닐하우스 6개동 900여 평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등 이 지역에서만 비닐하우스와 축사 1500여 평이 피해를 봤다.

21일 오후 3시께 전남 장성군 장성읍 전남도내수면시험장의 철골패널 구조인 226평짜리 시험연구동이 무너져 수조 20개가 완전 파괴됐다.

이번 폭설은 산간지방을 고립시키며 작은 눈 섬을 만들기도 했다. 사람의 허리까지 눈이 쌓여 외부와 차단된 마을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호남고속도로에 갇혀 있던 운전자들이 차량을 고속도로에 버리고 몸만 빠져나와 제설작업이 늦어졌으며, 일부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통행을 강행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호남지역의 폭설은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으며, 순식간에 고립된 주민들과 긴급대피한 마을 노인들도 있었다. 또, 폭설에 대형 제설작업 차량은 물론이고, 트랙터, 굴삭기 등의 통행도 막아버렸다.

고창과 정읍지역 등은 폭설로 집배원들의 차량과 오토바이 운행이 불가능, 우편배달 등 배달 및 운송업이 전면마비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정읍시내 수십여 개의 여관·여인숙과 찜질방 등은 손님들로 가득 가득 메워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특히 21일 오후 호남고속도로 구간 중 정읍에서 광주방면의 하행선이 폭설로 불통되면서 정읍 IC로 많은 차량들이 빠져 나오면서 여관방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 양상이 초래돼 일부 여관의 경우 투숙료를 평소보다 크게 올려 받기도 했다.
 
한편 경기도는 22일 폭설이 계속되는 전주시에 염화칼슘 200t(4000만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호남지역 학생들은 처음에는 눈이 많이 내리자 눈싸움에 신났지만 이제는 지겹다며, 눈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21일 밤에 가수 테이와 자두도 호남고속도로에 매니저와 코디 등이 갇혀 22일 아침 6시까지 오도 가도 못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한 방송사 녹화를 위해 광주로 가던 중간에 길이 막혀 고립되었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동해안 지방에는 심각한 가뭄으로 산불위험까지 가는 등 사태가 심각하다.

기상청은 앞으로 많은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눈이 오는 대로 지붕에 쌓여있는 눈을 치워달라고 당부했다. 또, 충분한 난방준비와 식량을 비춰, 추가 폭설에 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폭설은 이미 알려진 대로 시베리아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서해안쪽에서 눈구름이 형성, 강하게 발달해 내륙으로 지나가면서 길목 이였던 부안, 고창, 광주 등지에 눈을 많이 뿌렸다고 밝혔다.

반면, 동해안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월쯤에는 반대로 호남지방에는 가뭄으로, 동해안, 강릉 등의 강원도에는 폭설이 쏟아질 것으로 장기 예보했다.

이미 많은 눈이 내렸고, 각종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더 내린다면,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록이 쏟아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기상청은 이번 호남지역의 폭설과 동해안지역의 가뭄 현상이 2005년도 기상이변으로 기록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설로 인해 채소 값도 30%이상 폭등하는 등 서민들의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도 폭설피해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수준의 정부 지원을 하겠다고 21일 오후 이해찬 총리가 약속했지만, 정부의 폭설피해 지원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지원할 예정이라고 22일 오후에 밝혔지만, 이 마저도 한나라당의 국회 회의를 거부하고 있어 통과가 안 될 경우 지원이 언제 얼마나 이뤄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피해지역이 호남지방에 인력과 장비가 상당히 부족해 제설작업은 물론이고, 복구조차 힘든 실정이다.

한편, KBS는 23일 폭설피해주민 돕기 특별생방송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차례 방송하기로 했다.
기사입력: 2005/12/23 [08:0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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