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순한 코끼리 인가
 
논객 김영희

WTO 가입, 2008년 북경올림픽 유치, GDP 1조 달러 초과, 세계 제6위의 경제대국, 연평균 8%에 육박하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은 불황을 모르는 중국경제의 저력이자 중국의 힘이다.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에다 APEC, ASEM 회원국의 지위로서 전 세계의 정치, 외교, 안보에서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의 국가들이 테러와 전쟁, 기아, 금융위기 등의 경제불황과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지금에도 고도성장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머지않아 미국, 일본과 함께 금세기 세계경제를 이끌고 가는 초강대국으로의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싸구려제품이나 팔고 우리나라에는 농약 묻은 농산물이나 납이 든 꽃게를 수출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깨어나는 용이 아니라 욱일승천 용틀임하는 중국이다.
 
무서운 중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우리로서도 조만간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면 중국이 과연 경제력뿐만 아니라 정치력 및 군사력면에서도 미국에 필적할 만한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중국의 꿈과 희망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중국의 급속한 고성장과 경제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 것이며 문제점은 없는 것인가?
 
조만간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우리로서도 중국의 힘과 중국의 문제점을 동시에 분석해보는 것이야말로 중국 바로 알기의 첩경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부러움과 두려움을 주는 것이 바로 놀라운 중국의 경제성장과 잠재력이다. GDP는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4분의 1이다.
 
전 국민의 일인당 평균소득이 이미 1,300달러 정도이지만 구매력 수준으로는 이미 4,000달러를 넘어서 5,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쌀 값을 기준으로 봐도 한국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니 위안화의 무서운 구매력을 실감한다.
 
중국의 GDP는 미국, 일본 등에 이어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질적 구매력 평가 국민소득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라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어떤 사람은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3억의 인구를 가진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도 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어림 없는 얘기라고도 하지만 여하튼 대단한 것은 틀림 없다.
 
현재의 폭 넓은 중국 경쟁력은 비숙련 단순노동에서부터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기존의 무역이론을 바꾸는데까지 이르렀다. 30여년 전 미국이 글로벌화로 안달이 났을 때, 당시의 경제학자들은 공장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이나 인도로 나가게 되면서 일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을지라도 결국은 여전히 미국에 이익이라고 안심시켰다.
 
노동집약적 비숙련 직종은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에서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나 이들 국가는 미국의 숙련공들이 만든 고부가가치 상품을 더 많이 구입함으로써 미국은 [비교우위]를 지니게 돼, 결국 미국에 더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었다.
 
즉 저임금 노동 수요가 개발도상국으로 몰리면서 미국 내 발생하는 실업이나 임금하락은 고부가가치산업을 특화해 수출을 늘리고 싼 가격에 물건을 수입함으로써 오히려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떠오르면서 오랫동안 지켜져 온 이 비교우위 개념이 깨지고 있다. 과연 노무현의 말대로 조정자 역할이 성공하여 아세안+3(중국, 일본, 한국) 즉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처럼 정말 세계가 3개의 거대 국가로 나뉘어져서 경쟁하는 글로벌 삼국 시대가 올것인가?
 
[문명충돌론]으로 널리 알려진 [새뮤엘 헌팅턴]은 군사정치학과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학문적 성과를 올리고 이론정치와 현실정치를 두루 체험한 정치 학자다.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골자는 종교전쟁이다. 특히, 9.11 테러는 세계 슈퍼 파워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힌 테러사건이다.
 
지난 50년 동안 국제사회의 모든 분쟁 지역과 폭력에 개입하여 세계의 경찰로서 해결사를 자임했던 미국정부는 엄청난 군비와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였음에도 왜 이런 테러의 표적이 되었는가?
 
미국인들 특유의 사유 형태 중 하나인 [문제의 과잉 단순화]에 따르자면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서구와 비서구,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 구도로부터 파생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독 서구와 기독교문명은 기술의 진보와 경제 발전, 국가 및 군사적 우위를 선점하여 세계 주요 문명국들과의 비교에서 우월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하랄트 뮐러:Harald Muller]는 [문명의 공존]이라는 [헌팅턴]의 반대 이론을 주장하였다. 우리 동양인의 세계관과 역사를 볼 때는 [뮐러]가 펴는 문명의 공존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서구인의 생각과 그들이 주도하는 지구의 현실은 아무래도 [헌팅톤]류의 주장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하랄트 뮐러]는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세계를 근본주의,사회적 다윈주의,맑스-레닌주의,현실주의 등등으로 단순화하는 논리 역시 어김없이 군비 경쟁, 전쟁, 학살로 끝을 맺었다고 지적한다.
 
[하랄트 뮐러]는, 서구가 특히 미국은 이슬람 국가에 판매한 무기량이 중국과 북한의 판매량보다 10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헌팅턴]이 애써 외면한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헌팅턴]식 발상이라면 이것은 미국-이슬람의 동맹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고 반문한다.
 
결론적으로 [새뮤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잘못된 이론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닉슨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mad man theory]에 따르면 미국의 이익이 치명적인 공격을 당할 경우 반드시 비이성적으로 보복하는 국가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국가의 방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방책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9.11.
테러에 대한 보복과 대 이라크전과 같은 미국의 전쟁불사 의지는 이러한 연유로부터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이다.
 
물론 과거의 천하를 지배하던 많은 국가와 지도자들이 결국은 멸망하고 말 듯이 초 패권 국가인 미국이 그렇게 사라지지 말란 법은 없다.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전개한다. 통일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이 철수한 2010년에, 남지나해 갈등으로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하고, 이를 막으려는 미국과 전쟁이 발발한다.
 
일본은 원유를 중국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립에서 중국으로 기울고, 러시아와 유럽은 미국의 편을 든다. 이리하여 미국, 유럽, 러시아, 인도가 한편이 되어 중국, 일본, 이슬람권을 상대로 지구적 전쟁인 문명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보아 당연히 한국은 중국 편에 서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4대 강국 가운데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특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 것일까? 개항기 고민을 다시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에 반미, 친북감정이 고조되고, 일본이 독도문제나 과거사 문제로 우리 감정을 자극할수록,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에 대해서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 5천년 역사에서 중국으로부터 침략과 간섭을 받고, 굴욕적인 관계를 가졌던 것은 다 잊고, 근대 이후에 못 살게 되었다고 중국을 가볍게 보고, 경계를 게을리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일본이 근대화에서 성공한 이유는 영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아편전쟁의 상황을 네덜란드 상인을 통해서 직접 접함으로써 서구 문명의 위력을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조선 조정은 북경을 통해서 왜곡된 전쟁 상황을 접했기 때문에, 서구 과학문명의 위력에 대해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성장 요인은 풍부한 인력과 엄청난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생산요소의 투입 때문이다. 지금보다는 속도가 둔화되겠지만, 정치적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다른 어떤 지역보다 성장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이며 과연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까지 올라설까? 아니면 과거 스페인이 17세기에 몰락한 것과 최근에 구 소련이 몰락한 것처럼 중국의 발전도 어느 정도에 이르면 쇠퇴하게 될까?
 
사견이지만 나는 중국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는 대표적 학자인. [크루그만]은 아시아의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은 기술혁신을 동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가 중국의 먼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과 미국의 발전을 분석하면서 인구나 기술의 변화 못지않게 제도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노벨경제학상(1993)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는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일수록 공권력의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부정과 부패가 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과거 유럽에서는 북한 김정일 처럼 전쟁기술의 발전으로 크게 증가한 국방비로 인해 항상 재정부족에 시달려 많은 왕조가 파산했다.
 
그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의회에 과세권을 넘겨주었던 국가들이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들 국가들이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기술혁신이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영국의 산업혁명이, 19세기 말에는 독일과 미국의 제2차 경제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오늘날의 선진국이 탄생했다.
 
많은 경제사 학자들이 경제성장의 원천이 기술혁신이라고 했으나, [노스]는 기술혁신은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성장의 내용이고,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효율적인 제도의 창출이라고 보았다.
 
효율적인 제도란 재산권이 제대로 규정되고 집행되는 사회에서 발전될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형태의 정부를 갖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 국민이 서로 속이려고 작정하고, 무임승차자가 되려고 하며,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면 정부도 이것을 막기는 힘들다. 따라서 국민들이 정직하게 사회의 규칙에 순종하게 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의 창출도 결정적 요소라고 보았다.
 
이러한 [노스]의 이론으로 중국이 장기적으로 현재의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해 볼 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중앙집권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도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주체들의 창의성 보다는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구조가 장기화 될수록 부정과 부패는 끊을 수 없다. 장개석 정부가 부패로 인하여 모택동 정부에 패배한 이후에, 중국에서 부패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떤 사회보다 경각심을 높였지만, 그 후 50년 동안 사회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새로운 관료주의는 다시 중국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환율이 조정되고, 임금수준이 올라가 인건비의 비교우위가 없어지고, 신규 자본 투자가 줄어드는 시점에 가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현격히 둔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과도한 인구증가로 산아제한을 강력히 실시했기 때문에, 한국 못지않게 고령화 사회가 빨리 도래할 것으로 생각되어 장기적으로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처에 만연되어 있는 사기, 속임수 등 기회주의적 행태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며, 사회주의 체제에서 길들여 있는 사회보장이 반 시장적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기업들이 무모하게 유행처럼 대거 중국진출을 모색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등 지나친 중국 러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중국과 직접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은 중국어를 알아야겠지만, 중국에서 새로운 학문을 전수 받기 위해서 중국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잠재적 시장으로서의 중국은 중요하지만, 새로운 이념과 학문을 전수 받을 곳은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항상 순한 코끼리는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김정일의 불장난과 한국의 정체성 동요로 남북한이 대만과 함께 중국의 동북 3성과같이 중국의 일부분처럼 될까 봐 걱정이다.
 
 

기사입력: 2005/05/14 [12:4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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