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칼럼] 강도가 "짱"이 되는 사회
 
고영일 기자

외모 지상주의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얼굴이 아름답다는 의미의 "얼짱"에서, 아름다운 몸매라는 뜻의 "몸짱"까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풍조가 새로운 사회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평범한 주부에서 일약 광고모델로, 홈쇼핑 모델로, 방송 출연자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잇는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의 대중적 인기는 이미 정상급 연예인을 능가할 정도다.

인터넷에 살 빼기를 위한 근력운동 시범 동영상을 올린 것이 계기가 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몸짱" 아줌마의 인터넷 팬클럽 회원 수가 6만여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외모에 대한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아니, 이 정도면 집착이 아닌, 오히려 숭배 수준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는 여성들 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본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남성들이 더 외모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젊은 남성들은 이른바 "꽃미남"이 되고 싶어, 중년의 남성들은 기존의 중후함을 벗어 던지고 조금이라도 "젊은 남자"로의 변신을 위해 피부과와 성형외과, 미용실을 찾아 헤매고 있다.

"몸짱" 아줌마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범한 시민이라도 얼굴이나 몸매가 예쁘면 언제든지 "얼짱", "몸짱"이 돼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릴 수도 있고, 인기인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연예계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도 어김없이 "얼짱"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가장 아름다운 욕구이다. 따라서 이를 모두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강짱"까지 등장하는 현실에는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 혐의)로 수배된 20대 여성이 단지 수배전단에 실린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강짱(강도 얼짱)"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강짱" 역시 어김없이 인터넷 사이트에 팬 카페가 생겨났고, 회원수도 1만여 명을 넘어섰다. 이쯤 되면 여느 인기 연예인 못지 않은 귀한 몸이 되버린 셈이다.

강도가 "짱"이 되는 사회, 이는 연예인 누드 화보집을 제작한 한 연예기획사가 몸매가 아름다운 일반인을 누드모델로 뽑겠다며 개최한 "몸짱" 선발대회의 사이트가 접속이 폭주하면서 다운됐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 사회에 외모에 대한 비정상적인 신드롬이 얼마나 위험 수위에 다다랐는지 알려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외모지상주의와 이에 편승해 선정성을 부각시키려는 인터넷과 언론 매체는 과연 책임이 없는 것일까. 끝을 모르고 빗나가고 있는 외모 신드롬을 바로 잡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기사입력: 2004/01/3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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