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여성 전용칸 설치 논란 확산
네티즌들,
 
고영일 기자



철도청이 오는 4월 1일 개통 예정인 고속철도에 여성 전용칸을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철도청은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여성들끼리만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여행하기 원하는 경우가 부쩍 증가했다"며 "이러한 여성들의 입장을 고려해 고속철도 18개 객차 가운데 1칸을 여성 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청은 "이번 고속철 여성 전용칸은 지난 90년대 중반, 치한이나 성희롱 방지를 위해 수도권 전철에서 도입됐다가 유명무실화된 제도와는 그 취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고속철에 특정인을 위한 전용칸 도입 사례가 없는 데다, 그 취지와는 달리 남녀간 불신만을 조장할 우려가 높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어 시행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논쟁을 반영이라도 하듯, 현재 철도청과 주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찬반 양측의 사이버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민 김대형 씨는 철도청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여성들을 위한 전용칸을 만들 생각을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차라리 평등하게 군인 전용칸도 따로 만들라"고 비꼬았다.

오영민 씨도 "우리나라는 엄연히 남녀가 공존하고 살아가는 사회"라면서 "여성 전용칸은 여성들이 남자를 배제한 채 자기들만 편히 이용하기 위해서 생긴 발상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아이디 "kdyshin" 역시 "여성 전용칸 설치는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 시키는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이는 결국 여성 스스로가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여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요즘처럼 이기심이 만연한 시대에 여자들만 한 자리에 모아두면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들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더 팽배해져 무척이나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지희 씨는 "여성 전용칸이 남녀 평등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편히 쉬면서 가겠다는데 굳이 반대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지연 씨도 "다른 나라에 선례가 없다면 우리나라부터 먼저 시작하면 된다"며 "왜 무조건 다른 나라를 따라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봉재 씨는 "가족들끼리가 아닌 혼자 업무상 여행을 해야 하는 여성들을 생각한다면 여성 전용칸의 필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에 걸맞는 남성 전용칸도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lopez72"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지금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장애인이나 노인분들을 위한 전용칸"이라며 "여성 전용칸은 그 이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선일보의 인터넷 신문인 "조선닷컴"이 지난 25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 "여성 전용칸을 마련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83.5%)이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14.5%)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입력: 2004/01/30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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