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상식] 눈 많이 내리면 다음 해 풍년
 
고영일 기자

올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적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로부터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했다. 과연 근거가 있는 말일까.

눈과 농작물 사이에는 상상 이상의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순히 겨울 가뭄을 덜어주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눈은 물에 비해 매우 듬성듬성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눈의 결정체들 사이 사이에는 공기가 들어차 있다. 이 공기층은 단열재 역할을 한다.

추운 겨울철 두꺼운 옷을 한 벌 입는 것보다 얇은 옷 여러 개를 겹쳐 입는 편이 따뜻한 이유는 옷 사이의 공기층이 열의 이동을 차단시켜 주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눈이 이불처럼 땅을 덮어줘 땅 속의 온도 저하를 막아주는 것이다. 눈에는 또 공중에서 흡수한 질소화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부피의 물보다 5배쯤 많은 질소를 함유하고 있다.

이 질소화합물은 땅에 녹아 들어가 비료역할을 한다. 돈 안 들이고 질소비료를 공급하는 셈이다. 땅 속에 살고 있는 온갖 해충들도 눈 덕분에 혹한을 무사히 넘긴다고 한다. 하지만 눈이 녹을 때가 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고체가 녹아 액체가 될 때, 또 액체가 증발해서 기체가 될 때에는 주위에서 그에 필요한 열을 빼앗아간다. 눈이 녹아 증발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땅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려 땅 밑에 살고 있던 해충들이 한꺼번에 얼어죽는 것이다.
기사입력: 2004/01/15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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