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상식] 함박눈 따뜻해야 내린다?
 
고영일 기자

올 겨울은 유난히 눈 소식이 없다. 지난 해 12월 초 첫 눈이 내린 이후 아직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날씨마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해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기대하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눈은 구름 속 수증기가 고체상태로 변해 떨어지는 자연 현상이다. 순수한 수증기는 영하에서도 얼지 않는 과냉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눈은 먼지같은 빙정핵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결정을 형성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육각형의 눈결정은 영하 15도 정도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에서 형성된 함박눈의 결정이다.

그래서 함박눈이 내리면 상대적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며, 땅으로 떨어지면서 일부가 녹는 탓에 잘 뭉쳐져 눈싸움에도 제격이다.

또, 눈결정의 크기는 평균 2㎜ 정도여서 돋보기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눈이 내리면 돋보기로 눈을 관찰하곤 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강아지가 눈 내리는 날 폴짝거리는 것은 눈을 좋아해서도, 발이 시려워서도 아니다. 개의 망막엔 명암을 구별하는 간상체는 많지만 색을 구별하는 추상체가 적어 흑백만 구별할 수 있다. 그래서 사방이 온통 검은 겨울밤에 눈이 내리면 개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하지만 눈이 올 때 강아지가 아무리 요란하게 짖어도 귀에 거슬림이 덜 하다.

이는 눈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육각형 결정이 뭉쳐진 눈은 훌륭한 흡음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가까이 개 짖는 소리가 아득하고, 내리는 눈이 쌓여 부서지는 소리만 들리는 것이다.

눈 오는 날 남녀의 사랑고백이 많다는 연구 결과는 아마도 이 때문인가 보다.
기사입력: 2004/01/12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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