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륙 1호 일본 성인영화 수입 불허
무라카미 류 감독 "도쿄 데카당스", 변태적 성애 장면 등 문제
 
고영일 기자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가 시행되면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의 성인영화에 대한 빗장이 풀린 후, 일본 성인영화 국내 상륙 1호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무라카미 류 감독의 "도쿄 데카당스"에 대한 수입 추천이 불허됐다.

영상물 등급위원회(영등위) 수입추천심사소위원회(의장 유수열)는 최근 "이 영화가 변태적인 성애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등 묘사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국민의 정서에 반한다고 판단됨에 따라 수입 불허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쿄 데카당스"는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무라카미 류가 자신의 소설 "토파즈"를 지난 1992년 스스로 메가폰을 잡아 영화화한 작품으로, SM(새디즘·마조히즘)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도시인의 정신적 공허를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 수입사인 백두대간(대표 이광모 감독)측은 "이번 작품이 일부 선정적인 노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개봉에 맞춰 "문학과 영화와의 만남"이라는 영화제를 기획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 수입 불허 판정을 받은 영화는 30일 내에 초심과 동일한 필름으로 재심을 신청하거나, 3개월 후 새롭게 수입 추천을 신청할 수 있다.

백두대간측은 "앞으로 개봉 계획을 보류할지, 아니면 일부 장면을 편집한 후 다시 수입 추천을 신청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 가운데는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날 "도쿄 데카당스"와 함께 심의를 받은 이와이 순지 감독의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수입이 허가됐다. 하지만 수입사인 튜브엔터테인먼트가 이 영화의 등급을 "15세 이상 관람가"로 예상하고 있어 사실상 일본 성인 영화 국내 1호 작품은 오는 2월 5일 심의가 예정된 유 민 주연의 "신설국(新雪國)"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이날 판정과 관련, 시장 개방을 선언해 놓고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무분별하게 일본 성인영화를 들여오려던 수입사들의 움직임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30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한 상영가 등급 제도와 더불어 수입추천 제도는 명백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외국 영화에 대한 수입 추천 예·본심, 등급 분류 예·본심 등 4회(한국영화는 2회)에 걸친 절차 자체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인은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따라 수입사들이 문제 장면을 알아서 삭제하는 등 사실상 검열 강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는 점유율 50%를 넘어선 한국 영화에도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04/01/3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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